“왜 나는 늘 배가 고프지?”
“다이어트를 결심했는데 자꾸 야식이 생각나요.”
“배는 부른데도 먹고 싶어요…”
이런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 실패의 원인을 '의지력 부족'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호르몬의 명령’일 수 있습니다. 특히 ‘렙틴(leptin)’과 ‘그렐린(ghrelin)’, 이 두 가지 호르몬은 우리가 언제 배가 고프고, 언제 배가 찼다고 느끼는지를 결정짓습니다.
오늘은 배고픔과 식욕을 결정짓는 이 두 호르몬의 작용 원리와 이를 활용한 실질적인 다이어트 전략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1. 렙틴(Leptin) – “그만 먹어!”를 말하는 호르몬
렙틴은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우리가 음식을 충분히 먹었을 때 “이제 배불러. 그만 먹자!”라는 신호를 뇌에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즉, 포만감을 유도하는 호르몬이죠.
🧬 렙틴의 기능
- 식욕 억제
- 대사 촉진
- 지방 축적 억제
지방세포가 많아질수록 렙틴 수치도 올라가고, 렙틴은 시상하부에 작용해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고 식욕을 억제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비만한 사람일수록 렙틴이 잘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렙틴 저항성(leptin resistance)’이라고 해요.
* 렙틴 저항성 – 지방은 많은데 포만감은 없다?
렙틴 저항성은 몸에 렙틴이 충분히 있어도 뇌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즉, 가득 찬 연료탱크를 보고도 “기름이 없다”고 느끼는 상황이죠.
🧪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지방세포 과다 너무 많은 체지방이 있을 경우, 렙틴이 계속 과다 분비되어 뇌가 ‘둔감해짐’. 만성 염증과 인슐린 저항성 염증과 고혈당 상태는 렙틴 수용체의 기능을 떨어뜨립니다. 수면 부족 하루 5시간 이하 수면은 렙틴 수치를 낮추고, 그렐린을 증가시킵니다.
🔎 예시: “아무리 먹어도 허기진 느낌이 들어요” → 이미 렙틴 저항성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2. 그렐린(Ghrelin) – “배고파!”를 외치는 호르몬
그렐린은 공복 시 위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입니다. 우리가 배고픔을 느끼도록 유도하죠. 🍽 그렐린의 기능 식욕 자극 위 운동 촉진 성장호르몬 분비 촉진 식사 직전에는 그렐린 수치가 높아지고, 식사 후에는 수치가 떨어지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다이어트나 급격한 칼로리 제한을 할 경우 몸은 ‘에너지 부족’ 상태로 인식하여 그렐린 분비가 증가한다는 점입니다.
📉 그렐린 분비 증가 시 생기는 현상:
- 공복감을 계속 느낀다
- 식사 후에도 만족감이 부족하다
- 단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이 더 끌린다
3. 렙틴과 그렐린의 균형이 깨졌을 때 나타나는 현상
1) 지속적인 식욕과 포만감 결핍
- 렙틴 저항성으로 인해 뇌는 포만감을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 먹으라고 신호를 보냅니다.
- 그렐린 과다 분비로 공복감이 자주, 강하게 느껴집니다.
- ▶️ 결과: **“배가 부른데도 계속 뭔가를 먹고 싶다”**는 상태 지속
2) 폭식 및 감정적 섭식 증가
- 스트레스, 수면 부족 등이 그렐린을 과잉 활성화하면, 고칼로리·고당분 음식이 더욱 당깁니다.
- 렙틴의 포만 신호는 무시되므로 멈추는 타이밍을 잃습니다.
- ▶️ 결과: 야식, 폭식, 먹고 나서 후회하는 패턴 반복
3) 지속적인 체중 증가 및 복부비만
- 렙틴 기능이 저하되면 에너지 소비는 줄고, 지방 저장은 늘어납니다.
- 특히 복부지방은 렙틴 저항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 ▶️ 결과: 살이 잘 찌고, 다이어트에 대한 반응도 둔감
4) 신진대사 저하
-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으면, 몸은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대사 속도를 낮춥니다.
- ▶️ 결과: 같이 먹어도 덜 태우고, 더 저장함
5) 수면 장애 및 피로
- 렙틴 수치가 낮고, 그렐린 수치가 높을수록 깊은 수면이 어려워지고, 낮 동안 피로감이 쌓입니다.
- 수면 부족 → 호르몬 불균형 → 더 큰 식욕 → 악순환
6) 스트레스와 우울감 증가
- 그렐린은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완화시키지만, 장기적으로 감정 기복과 우울 증상을 유도합니다.
- 또한, 음식에 대한 중독성 보상 반응이 강화됩니다.
7) 호르몬 불균형이 다른 호르몬에도 악영향
- 렙틴·그렐린의 불균형은 **인슐린, 코르티솔, 성호르몬(에스트로겐/테스토스테론)**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 ▶️ 생리불순, 근손실, 인슐린 저항성 등으로 확대
📌 요약하면, 렙틴 저항성과 그렐린 과다 분비가 함께 나타나면 “배는 부르지만 배고프고, 살은 찌는데 포만감은 없는” 상태가 됩니다.
4. 렙틴 저항성 & 그렐린 과다를 극복하는 7가지 방법
1) 하루 7~8시간 수면 확보하기
수면은 렙틴과 그렐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조절 장치입니다. 하루 5시간 이하 수면은 그렐린 ↑, 렙틴 ↓를 유발해 폭식을 부릅니다.
2) 가공식품 줄이고 통곡물 섭취 늘리기 정제 탄수화물(과자, 흰빵)은 렙틴 민감도를 떨어뜨리고, 통곡물, 섬유질 식단은 렙틴 저항성을 회복시킵니다.
3) 아침 식사는 단백질 중심으로 아침 공복 상태에서 그렐린이 높게 분비되므로, 단백질 중심의 식사는 그렐린을 안정화시킵니다.
예: 달걀, 두부, 닭가슴살, 요거트
4) 폭식 대신 간헐적 단식 or 식사 간격 일정화 잦은 간식은 그렐린 분비 리듬을 혼란시킵니다.
✔ 하루 2or3끼 + 일정한 간격
✔ 공복유지시간을 14시간 설정하는 것도 효과적
5) 오메가-3와 항염 식품 섭취 오메가-3는 염증을 줄이고 렙틴 민감도를 개선합니다.
연어, 호두, 아마씨, 들기름 등
6) 규칙적인 중강도 운동 (주 3~5회) 운동은 렙틴 수용체 민감도를 높이고, 그렐린 수치를 조절합니다.
7) 스트레스 관리: 명상, 산책, 디지털 디톡스 스트레스는 그렐린 분비를 촉진시키는 주요 원인입니다. 1일 10분의 명상이나 산책도 큰 효과가 있어요.
5. 실천 가이드: 렙틴&그렐린 리셋을 위한 하루 루틴
✅ 아침 루틴 기상 직후 햇빛 쬐기 (15분) 단백질 아침식사 (계란 + 귀리 + 채소)
카페인은 식후에 (공복 커피는 금지)
✅ 점심 루틴 통곡물 위주 식단
20분 이상 천천히 식사
충분한 수분 섭취 (1.5L 이상)
✅ 저녁 루틴 고강도 운동은 피하고 가벼운 스트레칭 9시 이후 음식 섭취 금지
10~11시 사이 취침
6. 렙틴 감수성 높이기: 실전 회복 전략
렙틴 저항성을 되돌리는 것은 단기간에 되는 일이 아니지만, 아래의 방법들을 실천하면 뇌가 다시 렙틴 신호를 인식하는 능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1) 항염증 식단 시도하기 렙틴 저항성은 만성 염증과 관련이 깊습니다. 가공식품, 인스턴트, 트랜스지방, 정제 탄수화물 등을 줄이고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채소, 생선, 견과류, 올리브오일이 포함된 지중해식 식단이 도움이 됩니다.
(2) 공복 유산소 운동 활용 아침 공복 상태에서 가볍게 걷거나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면 렙틴 감수성이 향상되고, 동시에 인슐린 민감도도 함께 개선됩니다. 단, 과도한 운동은 그렐린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강도는 낮고 지속 가능해야 합니다.
(3) 가벼운 탄수화물 주기 적용 탄수화물 섭취를 완전히 끊는 대신, 탄수화물 리피드(carbohydrate refeed) 전략을 통해 일정 주기로 건강한 탄수화물을 소량 포함시키면, 렙틴 수치를 조절하고 대사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줍니다. 고구마, 귀리, 통곡물 등을 활용하세요.
7. 렙틴과 그렐린, 뇌와의 대화: 시상하부의 역할
렙틴과 그렐린은 단순히 위와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아니라, 뇌의 식욕 중추인 시상하부와 복잡한 커뮤니케이션을 주고받습니다. 이 뇌 영역은 에너지 균형을 조절하며, 우리가 먹어야 할지, 멈춰야 할지를 판단합니다. 렙틴은 시상하부의 POMC 뉴런을 자극해 포만감을 전달합니다. 동시에 식욕을 촉진하는 AgRP/NPY 뉴런을 억제합니다. 반대로, 그렐린은 NPY 뉴런을 자극해 식욕을 촉진합니다. 이 복잡한 상호작용은 단순한 ‘배고픔’ 이상의 것으로, 감정 상태, 스트레스, 수면 상태, 심지어 사회적 요인에까지 영향을 받습니다.
* 최신 연구로 보는 렙틴·그렐린의 특징
✔ “렙틴 저항성이 비만의 주요 원인” (2018, Yale University)
이 연구에 따르면 렙틴 수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체중 감량이 어려운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렙틴 수치가 높다는 것은 지방세포가 많다는 뜻이며, 동시에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저항 상태일 가능성이 큽니다.
✔ “그렐린은 단순한 식욕 호르몬이 아니다” (2021, Nature Reviews Endocrinology)
그렐린은 배고픔만이 아니라 보상 시스템과도 연결돼 있어, ‘맛있는 음식을 찾고 싶은 욕구’에도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즉, 스트레스를 받을 때 찾게 되는 탄수화물, 기름진 음식, 당분은 그렐린이 ‘보상’을 위해 유도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의 새 패러다임: ‘호르몬 친화적 감량’
단순히 칼로리를 줄이기보다는, 이제는 내 몸의 호르몬에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다이어트의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내가 지금 배고픈 이유가 진짜 신체적 배고픔인지, 혹은 감정적 허기인지 파악해보는 습관. 지속 가능한 수면·식사·운동 루틴을 통해 렙틴과 그렐린을 자연스럽게 조절하는 전략. 이제는 ‘얼마나 먹었느냐’가 아니라, 내 몸이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느냐를 파악하는 시대입니다. 다이어트를 반복하기보다는, 호르몬 밸런스를 회복하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로 전환하는 것이 진짜 체중 감량의 열쇠입니다.